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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의 연속이다.

매년 가을이 오면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 이번만큼은 달라지리라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감독 선임 소식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류지현 감독의 부임 소식을 접한 뒤 한화 팬으로서 느껴지는 솔직한 심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기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깊은 걱정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류지현 감독의 커리어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다.

 LG 트윈스 감독 시절 정규시즌 3위와 2위를 기록했고, 통산 승률 역시 0.585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명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성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절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솔직히 말해서 당시 LG의 전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소위 말하는 '선수빨'이 상당했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시 LG의 라인업을 되짚어보자. 야수진에서는 팀의 중심이자 리더인 김현수와 리그 정상급 유격수인 오지환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운드에는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라는 리그 최상위권의 압도적인 외국인 선발 투수 조합이 구축되어 있었다. 여기에 불펜으로 넘어가면 정우영과 고우석이라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필승조가 든든하게 뒷문을 잠그고 있었다. 리그에서 가장 탄탄하고 균형 잡힌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전력을 가지고 정규시즌 2위와 3위를 기록한 것이 과연 감독의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막강한 선수단의 힘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 정도의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도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아쉬운 행보를 생각하면 통산 승률 0.585라는 숫자가 온전히 감독의 공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표팀 지도자로서의 성과 역시 마찬가지다. WBC 8강 진출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 같은 결과들이 언론에 부각되기도 하지만, 한국 야구의 위상과 해당 대회들의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했을 때 이를 가리켜 엄청난 대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시안게임은 프로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고, 국가대표팀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달성해야 할 목표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대표팀 경력이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서 완벽한 검증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한화 이글스라는 팀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팬으로서의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한화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감독은 단순히 데이터나 작전 능력이 뛰어난 전술가가 아니다. 물론 세밀한 전술과 경기 운용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며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했다. 선수들의 멘탈을 뿌리부터 바로잡고, 경기장에서 악바리 같은 강한 집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바랐다.

지더라도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물어뜯는 집념과 이기려는 강한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리더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석에서 눈빛부터 달라지게 만들고, 팀 전체에 뜨거운 승부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감독이 필요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의 스타일은 악바리 같은 강인함이나 뜨거운 열정보다는, 세밀하고 신중하며 데이터 중심의 안정적인 관리에 가깝다는 인상이 강하다. 과연 이러한 스타일이 지금 한화 이글스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감독 선임이 완료된 이상, 한화 이글스의 팬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응원과 믿음뿐이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감독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류지현 감독이 LG 시절 쌓았던 경험과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얻은 노하우가 한화라는 팀에 긍정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류지현 감독이 자신의 강점인 세밀한 야구와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여 한화의 약점인 디테일을 채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팬들의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보란 듯이 씻어내고, 한화를 단단하고 잘 패배하지 않는 팀으로 탈바꿈시켜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랫동안 암흑기를 견디며 팀을 응원해 온 한화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승리의 기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 한화 이글스 선수단과 신임 감독이 부디 팬들의 걱정을 환호로 바꾸어주길 기대한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와 타석에 설 선수들이 올 시즌에는 한 걸음 더 뛰어주고,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쉽게 내주지 않는 끈질긴 야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한화 이글스의 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다가오는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이 수리건을 들고 경기장으로 향할 것이다. 우리의 열정이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마침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 한화 이글스 파이팅!